청초공간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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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국춘란전국전시회

옮겨온 글·낭송시

떠나가는 사랑에게 / 허후남

여의나루 2020. 12. 30. 23:42

 

    떠나가는 사랑에게 / 허후남 이별이 괴로워 눈물짓지 마라 지지 않는 꽃이 어디 있으며 한 자리에 머무는 바람이 어딨으랴 떠나는 마음과 보내는 마음의 그 지독한 이율배반 나는 끝까지 모른 척 할란다 눈 깜박일 때마다 네가 갇혔다 달아났다 해대던 한 시절의 깨알같은 사연들은 꼭꼭 묻어 두었다가 심지 굳은 어느 날에 들춰보면 어떨까 마음 씀씀이 부족하여 가난한 날에는 떠나가는 사랑도 차마 미움이라 뿔뿔이 흩어지는 마음들일랑 한 자리에 가두어 멈추게 해놓고 마지막 당부로 쓸어안아 줄 일이다 이럭저럭 사는 동안에 가끔은 네 이름이 감당할 수 없이 마디처럼 자라 가슴에 박혀 들고 네가 없는 빈자리에 스며오는 계절마다 무심한 꽃만 피었다 질텐데 어느 곳에서든 바람으로 흔들릴 네가 있다면 그것으로 족할 일이다