아들 결혼식 날 / 여의나루
아들에게, 아들아!
코 흘리며 아장아장 걷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
장성하여 주례 목사님 앞에 의연하게 섰구나!
너의 지난 성장 과정을 돌아볼 때
모든 게 주님의 인도하심과 은혜였지만
부모로서 반듯하게 잘 자라도록 소원하고
기도하며 애태웠던 지난 일들이 떠오른다,
수능 전야에 초조하던 너의 모습,
부모로서 충분한 뒷바라지를 못 해 미안했고
수능시험장에 드려 보내고 온 종일
시험 잘 보게 해달라고 기도했던
아빠의 심정을 너는 알까 싶다,
오늘 결혼식장에 앉아 널 바라보며
온갖 지난 일들 주마등처럼 스치는구나!
입대할 때 의정부 306 보충대 연병장에 함께 가
아들을 두고 나와야 하는 안쓰러운 기억,
해외 취업하여 머나먼 중남미로 떠나는
인천공항 대합실에서 기약 없는 이별,
시집보내는 엄마의 심정을 느낄 수 있었고,
공무원 시험에 몰두하던 대학동 음침한 고시원 방
비염과 위장약 봉지 수북이 쌓인 책상에 사투했던 흔적을
뒤늦게 발견했을 때 아빠는 가슴이 아팠다.
아들 합격을 위해 새벽 일찍 출근 후
아침마다 관악산 서울대 뒷산 기슭
돌 틈에 앉아 간절히 기도했던 긴 세월,
합격자 발표 하루 전날 아침 기도 하는 중
동쪽 햇살과 함께 온몸이 뜨거워지며
합격의 응답을 주시던 그 날의 감격은
지금도 가슴 벅차고 얼마나 기뻤는지
너의 수석 합격을 듣고 천하를 얻은 것처럼
아빠는 좋아 주님께 눈물의 감사기도 드리며
주님의 위대하신 은혜를 체험하게 되었던 지난날
너 결혼식을 맞아 아련히 스치는구나,
다행히 정년 퇴임 조금 남기고 결혼을 하게 되어
여러 가지고 모양새를 갖추며 재정적 도움이 되었고
목사님의 주례 앞에 서 있는 네가 고맙고 감사하다,
결혼식장 입구 경제부총리 및 기획재정부장관의
화환을 바라보며 아들이 자랑스럽고 대견했다,
경기도에서 안전행정부로 발탁되고 중앙부서 최고기관인
기획재정부에 사무관이 되었으니 아빠는 널 믿는다.
모든 업무에 緩急 輕重과 曲直 是非로 중용을 지키고
겸손과 정직으로 주님께 기도하며 더 큰 꿈을 펼쳐라.